한국군은 베트남 전쟁에서 뛰어난 전과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군사적 성공에 도취될 것이 아니라, 그 화려한 기록 뒤편에 드리운 어둠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것은 회피할 수 없는 역사적 책무입니다.
맹호부대와 청룡부대는 베트남의 험준한 정글에서 탁월한 전투력을 입증했습니다. 중대전술기지 같은 독창적 전술은 연합군 내에서도 인정받았고, 높은 사살 기록은 군사사적 관점에서 부인할 수 없는 성과였습니다. 징집된 청년들은 국가의 부름 앞에 자신을 던졌습니다. 그들의 헌신은 진실했고, 그들이 겪은 고통은 실재했습니다.
그러나 그 파병 결정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정권은 취약한 정통성과 과거 공산주의 경력으로 인해 미국의 신뢰를 간절히 필요로 했습니다. 베트남 파병은 그 신뢰를 얻고, 국가 근대화에 필수적인 10억 달러라는 막대한 외화를 확보하기 위한 거래였습니다.
탐욕의 본질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 국가적 결정은 자국의 번영을 위해 타국의 피와 고통을 담보로 삼은 명백한 거래였습니다. 공산세력으로부터 자유 민주주의 수호라는 숭고한 명분은 정권의 생존과 경제적 욕망을 감싸는 포장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견디기 힘든 진실은 따로 있습니다. 그 군사적 성공이 베트남 민간인의 피로 얼룩졌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 청년들이 그 과정에서 영혼까지 파괴당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 강간, 마을 소각은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꽝응아이성의 증오비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하늘에 가 닿을 죄악을 만대에 기억하리라." 그 비문은 지금도 그곳에 서서, 우리가 남긴 상처를 증언합니다.
전쟁에서 돌아온 청년들은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렸고,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일부는 상관의 명령에 따라 비인도적 행위를 강요당했고, 그 기억은 평생 그들을 짓눌렀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어떤 이는 그들에게 '영웅'이라는 칭호를 부여하며 감사하다고 말했지만, 정작 그들이 겪은 것은 국가의 계산에 의해 생명과 영혼이 파괴된 비극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그들에게 우리는 감사가 아닌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번영의 토대에 이토록 끔찍한 대가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불편함을 외면하는 순간, 우리는 또다시 같은 과오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한국군이 베트남전에서 '잘 싸웠다'는 평가는 이제 다시 쓰여야 합니다. 군사적 효율성이라는 단일한 잣대가 아니라, 그 이면의 동기와 그로 인한 인간적 파멸이라는 전체적 맥락 속에서 재평가되어야 합니다. 성숙한 국가는 영광만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용기는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파괴된 삶들을 기억하며,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데서 나옵니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우리가 반드시 짊어져야 할 역사적 책무입니다.
증오비들은 아직도 베트남 전역에 남아 있습니다. 우리 참전 용사들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이 진실을 마주하고 기억하는 방식이 진정으로 바뀔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